(시사저널=남인숙 작가)
얼마 전 아이스크림에 소금빵을 얹은 디저트를 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였다. 지하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것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과 어린아이가 타고 있었다. 아이는 필자의 손에 들린 간식거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할머니, 저거 전에 우리도 먹었던 거잖아요?"
할머니라는 말에 처음으로 여성의 얼굴에 시선이 갔는데, 그때야 그가 60대일 수 있겠다 싶었다. 요즘 할머니들은 참 젊구나 생각하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저는 이거 오늘 처음 사 봤어요. 드셔보니 어떠셨어요?" 그랬더니 아이의 젊은 할머 사아다쿨 니는 명랑한 어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단짠단짠의 극치예요."
그는 외모만 젊은 게 아니었다.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청년들까지 고루 쓰는 신조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용례까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영식스티'라는 단어를 언론에서 접하고 처음 목격한 현실 속 영식스티(Young Sixt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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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생성이미지


자녀의 부양 기대 않는 첫 '자기 돌봄' 세대 
'영식스티'라는 말은 '영포티'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원래 영포티는 젊게 사는 중년 집단을 묶어 재정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케팅 용어였다. 이 말이 처음 등장 검증완료릴게임 한 게 십여 년 전이니 그 무렵의 40대들은 이제 50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전의 30대가 40대를 통과할 때까지 이 말은 사어(死語)가 되지 않고 살아남아 특정 성향을 가진 40·50대를 아우르는 말로 변했다. 중립적인 분석 용어였던 영포티는 이제 젊음에 집착하며 과시적 소비를 하는 중년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영포티의 연장선상 게임릴사이트 에서 요즘 새로 등장해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영식스티'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들은 이전 시기의 60대와는 다르다. 전무후무한 고도성장기에 청년 시절을 보내고 처음으로 고등 교육을 보편적으로 받기 시작한 세대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일이 가능하던 시대를 산 덕에 부동산 보유율도 모든 세대 중 가장 높다. 이들 앞에 붙은 60이라는 숫자는 야마토게임예시 이제 좀처럼 '노인'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되지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뉴스 헤드라인에 '60대 노인'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인식 안에서는 중년이고 제도와 통계로는 노인에 속하는 이들이 바로 영식스티다. 
영식스티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개념 중 단 한 가지를 택하라면 단연 '자기 돌봄'이다. 개천에서 난 용이 용궁에서 난 용보다 많았던 시대에 고도성장을 목격하며 그 상승에 직접 올라탔던 이들은 자기 효능감이 높다. 일찌감치 스스로를 부양의 대상으로 분류해 버린 부모 세대와 저성장 시대의 무력감에 빠진 자식 세대 사이에 끼여 부양 의무만 짊어졌다는 자조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양 세대의 부양 책임을 모두 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그걸 감당할 만한 세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녀의 부양을 기대하지 않는 이들은 이제 자기 자신을 돌보기로 했다. 먹거리에 신경 쓰고 운동을 한다. 자기계발이나 취미생활을 주저하지 않는다. 지력이 살아있는 40대에 인터넷으로 천지개벽이 된 세상을 맞아 그런대로 적응할 수 있었기에 디지털 세상에서도 소외되지 않고 섞인다. '영(young)'이라는 형용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외모나 정서가 젊다.  
저성장 고령화사회를 맞은 한국의 60대는 버블 시대를 겪은 과거 일본의 60대와는 다르다. 일본의 버블 세대는 강력한 복지와 연금으로 별도 소비가 필요 없었고 기대수명도 지금보다 짧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60대에게는 수십 년의 인생이 더 남아있다. 젊은 날 축적해 놓은 얼마간의 재산은 제 삶 하나 챙기기 버거운 자식보다 남은 인생에 투자하는 편이 서로에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들은 의학 발달로 자연사라는 것이 사라진 요즘, 부모 세대가 긴 투병에 시달리다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걸 지켜보았다. 오래 사는 것보다는 생애 마지막까지 스스로 끼니를 챙기고 혼자 화장실을 드나드는 게 목표다.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을 지키느라 마냥 검소하게만 살던 옛 노인들과는 달리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영식스티는 매력적인 소비자가 아닐 수 없다. 
'젊음에 대한 마지막 집착'으로 오독하면 안 돼
영식스티는 영포티와 달리 혐오 감정이 가미된 호명이 아니다. 젊은 세대는 영포티가 젊음을 유지하며 경험과 경제력까지 갖춘 상태를 과시한다는 이유를 들지만, 사실 이 감정의 원인은 사회 변화다. 자유경제 시장의 문은 닫혀가고 선진국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점차 '개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아래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던 이들은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희생하는 대신, 앞선 이들의 경험을 나눠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조직 구성원의 개별성이 좀 더 인정받는 사회로 바뀌면서 좀처럼 일을 가르쳐주는 선배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기업에서는 일을 가르쳐주면 바로 이직하는 사회초년생을 반복해 겪으며 교육에 투자할 동기를 잃었고 선임들은 굳이 개입해 꼰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한다. 각자도생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앞 세대가 운 좋게 성장 시대의 과실을 독차지했으면서 어른 노릇을 해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들이 말하는 영포티는 혐오로 굴절된 절망인 것이다. 
반면 영식스티는 무해한 개인으로서 긍정적인 모습으로 읽힌다. 이들은 주로 프레임을 생산하고 퍼뜨리는 젊은 세대와 접촉이 적은 데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한 라이프스타일 과시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현상이 그렇듯 영식스티의 출현에도 명암이 있다. 젊은 영식스티들은 자신을 여전히 생산의 주체로 인식한다. 자신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평가하는 잣대가 바뀌지 않은 채 이 시기를 맞으면 자연적인 쇠퇴를 받아들이지 못해 우울감에 사로잡히기 쉽다.
조어(措語)에서 태생적으로 드러나는 한계도 있다. 젊어 보이는 것이 표준이 되고 그 표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를 못 하는 사람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생각하면 경쟁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려는 피로한 노년의 모습 또한 쉽게 그려진다. 영식스티라는 정체성을 젊음에 대한 마지막 집착으로 오독한다면, 학계에서 인간의 일생에서 절정을 이룬다고 말하는 60대의 심리적 행복을 놓칠 수도 있다. 
영식스티 세대의 삶의 질은 결국 적응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젊음은 탄력이 있지만 유연함을 독점하는 시기는 아니다. 경험을 데이터로 흡수한 나이 든 뇌는 새로운 것을 기존 데이터로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고 그에 적응하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세상에서 특유의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다면 이 시대의 영식스티는 모두가 바라는 미래이자 현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인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