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마지막으로 가동을 멈췄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의 원전 1호기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배출되고 있는 과거 모습. 이곳은 1979년 원전 2호기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다. 원전 운영 업체 측은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폐쇄했던 원전 1호기를 2027년부터 재가동하기로 지난해 결정했다. /콘스텔레이션


지난 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외곽의 소도시 미들타운. 서스쿼해나강(江) 한가운데 떠 있는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 오션릴게임 and) 위로 4개의 거대한 원전 냉각탑이 솟아 있었다. 강변 근처에는 “1979년 3월 28일 기술 오류와 작업자 실수로 방사능이 누출돼 원자로 노심이 손상됐고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안내판만 없다면 이곳이 체르노빌(우크라이나), 후쿠시마(일본)와 함께 세계 3대 원자력 발전소 사고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 만큼 주변 농가 골드몽 풍경은 평온했다.
섬 입구 쪽으로 가자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동안 ‘다크 투어리즘(참사 현장을 찾는 여행)’ 장소로 남아 있던 발전소 주변에는 새로 세워진 ‘청정 에너지 센터(Clean Energy Center)’ 표지석이 보였고, 그 옆으로 공사 자재를 실은 픽업트럭들이 분주하게 드나들었다. 방사능 누출 직후 영구 폐쇄된 원자로 황금성게임랜드 2호기와 달리 문제가 없던 1호기는 이후 40년 가까이 상업 운전을 이어오다 2019년 경제성 악화를 이유로 멈춰 섰다.



그래픽=이진영


하지만 미국이 AI(인공지능) 시대 전력 수요 폭증 속에 국가 전력 인프라를 재 오리지널골드몽 설계하기 위해 원전을 다시 선택하면서, 원전 소유 업체 측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 계약을 맺고 2027년을 목표로 1호기 재가동을 결정했다. 한때 원전 악몽의 상징과도 같던 스리마일섬이 ‘미국 원전 부활 프로젝트’의 중심으로 돌아온 것이다.
1979년 사고 당시 스리마일섬 원전 2호기에서는 냉각수 급수 펌프가 릴게임황금성 파손되면서 원자로 온도가 치솟으며 노심 내 연료봉이 녹아내렸다. 지역 대피가 신속히 이뤄지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미국이 신규 원전 건설을 사실상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 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근처 강변에 1979년 이곳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박국희 특파원


이런 악몽을 겪은 지역임에도 주민들은 원전 재가동을 지역 경제와 생활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역 토박이 밥 윌킨스(77)씨는 “스리마일섬에서 32년간 원전 기술자로 일했다”며 “1979년 사고 당시에도 현장에 있었지만, 직원들은 방사능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침착했다. TV를 틀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도했지만, 우리는 일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노심이 녹아내린 원전 옆에서 30년 넘게 일하고도 이렇게 멀쩡히 살고 있는데, 지금 와서 재가동을 막아야 한다고만 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그는 “원전이 멈춘 뒤 손님이 줄어 문을 닫은 식당과 가게가 많았다. 일자리도 사라지고 집값도 떨어졌다”며 “지금 다시 트럭이 드나들고 원전 가동 훈련을 받으러 온 직원들이 모이는 걸 보면 이 동네도 다시 숨을 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섬 맞은편의 ‘원전 훈련 센터(Training Center)’ 주차장은 최근 몇 달 사이 눈에 띄게 붐비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젊은 기술자는 “예전에는 센터가 비어 있었는데 지금은 매일 교육이 꽉 찬다”고 했다. 섬을 둘러싼 강변 산책로를 걷던 한 부부도 “지난해만 해도 이렇게 공사 차량이 많지 않았다”며 재가동 분위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 배경에는 급변한 미국 전력 수급 환경이 있다. 2019년만 해도 셰일가스 붐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최저치를 찍으면서 사실상 가스 가격이 전체 전력 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연방 보조금도 풍력·태양광 중심이라 원전은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AI의 폭발적 성장과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전기차 증가 등이 겹치며 전력 수요가 치솟았고 24시간 안정적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의 가치가 다시 부각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리마일섬 1호기 전력을 향후 20년간 독점 구매하기로 했고,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부(DOE)는 원전 운영 업체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에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연방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스리마일섬 원전은 2022년 폐쇄된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 등과 함께 AI 시대 미국에서 폐쇄 뒤 재가동되는 대표적인 원전이 될 전망이다. 신규 원전 건설보다 폐쇄 원전 재가동이 비용·시간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서 원전 운영 업체 콘스텔레이션이 직원 및 지역 관계자들과 함께 원전 재가동 추진 기념 행사를 하고 있다. /콘스텔레이션


물론 환영 일색만은 아니다. 지난 7월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미들타운에서 개최한 공청회에는 1979년 사고를 겪은 주민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래리 아놀드(79)씨는 “사고 당시 우리는 현실적인 대피 계획이 없었다”며 “이번에는 주민들이 확실하게 보호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앨리슨 하퍼(62)씨도 “사고 이후 집 밖 공기가 금속 맛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며 “안전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지역 환경 단체들 역시 “1979년 사고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재가동을 반대한다.
반면 원전 운영사 콘스텔레이션은 주민 불안을 낮추기 위해 설명회, 원전 도보 투어, 안전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계정도 새로 만들어 원전 내부 구조나 직원 교육 장면을 홍보하고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한 ‘지역 경제 회복’ 메시지 영상도 공유하고 있다. 마크 로저스 콘스텔레이션 대변인은 “원전 재가동으로 600개 이상의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800MW(메가와트) 이상의 탄소 배출 없는 전력을 지역에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스리마일섬 사례는 원전 정책이 정권마다 크게 흔들리는 한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다. 미국은 1970년대 건설된 50년 넘은 설비라도 유지 관리 기준만 충족하면 ‘80년 이상 가동’을 업계 표준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원전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연식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원전을 세우지 않는다. 안전과 시장 조건만 충족되면 70년이든 80년이든 계속 운전하는 게 상식”이라며 “AI 시대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원전 재가동 흐름은 앞으로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미스 아메리카 출신의 한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인)가 소셜미디어에서 스리마일섬 원전을 홍보하고 있는 영상. /인스타그램





지난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운영 업체 콘스텔레이션이 직원 및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원전 현장에 놀이 시설을 설치한 뒤 방문 행사를 열고 있는 모습. /콘스텔레이션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미국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주(州) 서스쿼해나강에 있는 스리마일(Three Mile)섬의 2호기 원전이 상업 운전을 시작한 지 넉 달 만인 1979년 3월 28일, 냉각수 급수 계통이 고장 나면서 노심 용융(nuclear meltdown)이 발생했다. 사고 이후 2호기 원전은 해체됐으며, 미국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30년 이상 중단됐다. 스리마일이란 섬의 이름은 세로 길이가 3마일(약 4.8㎞)이라 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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