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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이 아니라 현실 공간이 된 지 오래인 ‘사이버스페이스’는 1984년 출간된 윌리엄 깁슨의 에스에프(SF)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유래했다. 해커가 사이버스페이스에 ‘접속’한 상태를 뜻하는 단어 ‘잭-인’(jack-in)도 사이버펑크 장르의 선구로 평가받는 이 소설에서 처음 사용됐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일본 과학자 레키모토 준이치는 ‘잭-인’의 개념을 참고해 ‘카멜레온 마스크’를 고안했다. ‘여기 있는 A’의 얼굴에 아이패드를 씌운 뒤 ‘여기 없는 B’의 스마트상호저축은행 얼굴을 화면에 띄운다. A의 신체에 B의 얼굴과 목소리가 입혀진다. 잭-인으로 B는 ‘여기’ 존재하는 사람이 되고 A는 B의 대리인이 된다. 이 실험은 “불가사의한 감각”을 일으킨다. A의 주위 사람들이 그를 B로 대하기 시작한다. B 자신도 ‘여기’ 있는 것처럼 느끼고 A는 B에게 몸을 빌려줬다고 여긴다. 이토 아사는 잭-인이 “돌봄의 세계와도 비슷”하다 주택바우처 고 해석한다.
“혼자서 일어설 수 없을 때 타인의 힘을 잘 받아들여 일어서는 사람. 눈이 보이지 않을 때 타인의 반응을 단서 삼아 보는 사람. 장애의 세계에서 ‘할 수 있음’이란 언제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기초로 펼쳐집니다.”



몸은, 제멋대로 한다 ㅣ 이 디딤돌대출 청약 토 아사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1만7000원


이토 아사의 전공은 미학이다. 미학을 ‘몸을 이해하는 학문’으로 본다. 몸에 가해지는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전복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장애를 극복해야 할 손상이 아니라 ‘개별 신체가 가진 고유성’으로 발견해낸 그 인천소상공인지원센터 의 전작들(‘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기억하는 몸’ 등)은 비장애 중심주의에 지배되는 인간 사회의 ‘감각의 두께’가 터무니없이 얇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폭로했다. 장애·질병 당사자들의 신체감각을 연구하며 “‘할 수 없다’에서 비롯되는 가능성”에 주목해온 그가 이번 책에선 ‘할 수 있다’를 파고든다.
이토 아사는 “ 생애최초주택구입자란 인간의 몸이 지닌 끝 모를 복잡함에 마음 가득 경의”를 품은 과학자 5명을 인터뷰했다. “기술과 신체의 관계”를 기술이 아니라 “몸의 입장에서” 탐구하며 “우리가 자신의 몸을 완전히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비로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신비로움으로 안내한다.



후루야 신이치가 피아니스트들의 지속가능성을 돕는 연구에서 활용한 로봇 장갑 모양의 외골격. 그림 니시무라 쓰치카


후루야 신이치는 몸의 움직임에 집중해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돕는 방법을 연구한다. 손을 넣었을 때 자신의 의지와 분리돼 손가락이 움직이는 로봇 장갑 모양의 외골격을 활용한다. 특정 연주자의 손가락 동작을 측정해 출력하면 외골격은 속도와 리듬뿐 아니라 건반을 누르는 깊이도 실시간으로 재생한다. 60명의 피아니스트와 음대생에게 체험하게 하자 장갑을 벗은 뒤에도 손가락 움직임이 “가벼워졌다”고 답했다. “아, 이런 거구나!” 외골격을 경험한 아이의 탄성을 저자는 “몸에 추월당한 의식의 상태”라고 풀이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피아니스트들은 근육긴장이상증 발병률이 높았다. 그 자신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후루야가 피아니스트의 감각 훈련에 힘쓰는 까닭은 “몸 고유의 음악성”을 지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의식을 앞질러 제멋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몸’은 전 프로야구 투수의 자세를 분석한 가시노 마키오의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하며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구와타 마스미는 ‘똑같은 자세로 30회를 던져달라’는 가시노의 요구를 의식하며 공을 던졌다. 동작 측정 결과 그는 ‘매번 다르게’ 던졌다. 똑같이 던지려고 노력했지만 공을 놓는 지점 등이 모두 달랐다. 반면 공은 모두 같은 위치에 꽂혔다. 그의 투구는 “늘 똑같은 행위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똑같도록 행위를 조정”하며 몸이 해법을 찾아낸 실례라고 이토 아사는 설명한다.
그는 ‘알려진 사실보다 대단한 몸의 능력’이나 ‘인간에게 따뜻한 기술의 적극 수용’을 주장하기 위해 이 연구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과 기술의 관계 맺음이 달라질 때 열리는 가능성에 주목하며 ‘인간 능력의 실체’에 근본적 의문을 표한다. ‘카멜레온 마스크’를 실험한 레키모토 준이치의 작업이 특히 이 의문에 압력을 높인다.



우크라이나어로 말하는 레키모스키(레키모토+젤렌스키).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림 니시무라 쓰치카


레키모토는 인공지능을 사용해 ‘실제 할 줄 모르는 우크라이나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자신의 영상을 만들었다. 두 가지 버전이었다. 레키모토의 얼굴과 목소리로 우크라이나어를 말하는 영상에서 그는 “(언어) 능력이 확장된 느낌”을 받았지만 레키모토의 얼굴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목소리로 우크라이나어를 하는 영상에선 “(젤렌스키에게) 조종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두 영상의 차이를 설명하며 그는 “할 수 있다는 느낌이란 대체 뭘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답하며 이토 아사는 “할 수 있음이란 나 자신의 그릇을 새롭게 빚는 것”이라고 재정의한다. ‘능력’의 밑동을 찍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보통 ‘할 수 있다=뛰어나다’ 그리고 ‘할 수 없다=열등하다’라는 능력주의적 척도로 ‘할 수 있음’을 논합니다. 하지만 몸의 관점에서 보면 애초에 ‘할 수 있음’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정의할 것인지, 그 자체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됩니다. 그 문제는 우리가 자신의 체감을 바탕으로 고민해야 하는 감각적인 질문인 동시에 각종 제도 설계와 관련 있는 사회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