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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사람으로 치면 100살은 청년, 500살은 중년이라고 할까요? 고려 말 목조건물은 700년, 신라시대 석탑은 1500년 된 것도 있죠. 고령이다 보니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나이 드신 어르신처럼 살뜰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해요. 썩은 서까래를 교체하고 막힌 대수로를 뚫는 게 별것 아닌 듯 보여도 빨리 손쓰지 않으면 중병이 될 수 있거든요.”

인터뷰 내내 국가유산 관리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는 새마을금고예금금리비교 김창준(67)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의 표정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2008년 국보 1호인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화재가 발생한 2월 10일을 ‘문화유산 방재의 날’로 제정하며 체계적인 문화재 관리에 나섰다. 2017년엔 국가유산 수리와 전통 건축 재료 수집·보존을 담당하는 재단도 설 일반은행금리 립했다. 하지만 2023년 12월 경복궁 담장이 낙서로 훼손되고 지난달엔 국립한글박물관 화재로 소장 유물 257점이 긴급 반출되는 등 여전히 방재에 취약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100년을 채 못 사는 인간과 달리 문화유산은 1000년 넘게 먼 미래 세대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모든 사 대부업취업 회 구성원이 진지하게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방재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1980년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33년간 문화재 관리라는 한 우물만 팠다. 은퇴 후에도 재단 이사장과 국가유산수리기술위원장 등을 맡으며 ‘문화재 지킴이’를 자처해 왔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에는 두 동의 수장고가 자리 잡고 있 연말정산원리금상환 다. 김 이사장은 “각종 문화재에서 나온 5828점의 부재가 저장돼 있다”며 “초임 사무관 시절부터 꾸준히 모아온 보물들”이라고 소개했다.
Q : 이 많은 부재를 직접 모았다는 건가. A :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문화재청에 들어간 뒤 전국의 문화재 공사 현장을 다니며 일을 배웠다. 수리하면서 떨어져 나오는 부재가 적잖았는데 대부분 폐기되 sbi저축은행 광고모델 거나 땔감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엄연히 국가유산의 일부지 않나. 초심자 눈으로 봐도 그냥 버리면 안될 것 같았고, 이후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모으며 재료와 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수장고가 생겨 손때가 묻은 보물들을 모두 가져오게 됐을 때는 어찌나 기쁘던지.” 김 이사장은 2021년부터 HBIM(Historic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구축 사업도 진행 중이다. 3차원 모델링을 기반으로 건축물 도면과 사진, 수리 이력 등 모든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기둥·기와·서까래 등 각각의 부재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데 적게는 3000개, 많으면 1만 개가 넘는 번호가 붙기도 한다”며 “고유번호만 입력하면 어느 시대 어떤 품종의 나무로 만들었는지, 언제 수리했고 어떤 기법을 썼는지 알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재를 이렇게 관리하는 건 우리가 세계 최초”라며 “이를 통해 문화재를 더욱 과학적·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Q : 숭례문 복원도 진두지휘했는데. A : “당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불나기 전 모습으로 되돌리되 일제강점기나 그 이후에 변형된 부분은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하고자 했다. 대목장·단청장·석장도 분야별로 최고의 장인만 모았고 구운 수제 기와를 쓰기 위해 전통 가마도 새로 만들었다. 성벽의 돌 하나도 옛날처럼 정으로 일일이 다듬었다. 돌톱으로 공사하면 기간이야 확 줄겠지만 손으로 해야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을 것’이란 각오로 임했다.”
Q : 어려움도 적잖았을 텐데. A : “가장 큰 과제는 목재 수급이었다. 특히 잘 건조된 특대재 소나무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 국내 건축 유산 재료는 90% 이상 자연물이다. 인위적으로 생산이 안 된다. 구들장이나 싸리나무·너와·볏짚 등도 요즘엔 찾기조차 힘들다. 그러니 수리하고 싶어도 재료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를 때도 많았다.”
Q : 그런 난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갔나. A : “고심 끝에 국가 차원에서 수리재료센터를 세워 재료를 비축하고 시장에도 공급하기로 했다. 예컨대 대들보 재료가 되는 특대재는 최소 100~150년 된 나무여야 한다. 어렵사리 찾더라도 벌초 후 건조 과정만 3~5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손상이 가면 아예 못 쓰는 경우도 숱하다. 국산이 귀하다 보니 수입산 특대재를 쓰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젠 센터에 설치된 특수 건조기에서 큰 나무도 한 달이면 건조가 되니 앞으로는 수리가 필요한 문화재에 제때 재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대라지만 문화재만큼은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와 우리의 전통 방식으로 복원해야 하지 않겠나.” 재단에 따르면 국가가 지정한 전국의 전통건축유산은 834개 소. 지자체가 관리하거나 지정되진 않았지만 돌봄이 필요한 유산까지 합하면 9000곳에 달한다. 김 이사장은 “복원을 검토 중인 문화재도 연간 500건이나 되는데 전통 건축 수리 분야의 장인들은 대부분 고령화된 게 현실”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다른 산업처럼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문화재를 수리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전통 기술 습득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힘든 작업이라 젊은 세대엔 3D 업종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 기술을 계승하려는 기능자에게 제대로 보상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젊은 장인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